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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이의 비극은 썩 슬픈 모양새가 아니였다.
누군가는 나를 위해 울어줄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럴만한 사람은 이미 죽었거나 눈물이 말라버렸거나…. 어느정도의 불가해를 전제한 울음을 내보이지 않을 사람일 것이다. 그가 아는 많은 사람들은 통곡보다 나은 방식으로 타인의 비극을 존중할 줄 알았다.다자이 자신과는 여러모로 비교되는 인간들이다. 그는 애도하거나 존경하는 일에 썩 서툴러서 차라리 침묵하는 게 편한 족속이었다.
누군가는 그를 고상하다 평했겠지…. 못내 치밀어올랐을 구역질을 다자이는 어떻게 해결했던지.
모든 게 가물가물하다.….
다자이는 제 비극에도 점잖게 굴지를 못했다.
그가 보기에도 자기 몫의 비극은 딱히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 유의 것이 아니였던 탓이었을까.
그는 항상 침울해서 우울하지 않은 날이 드물었는데, 그런 사람이 유난히 슬퍼해봤자 거시적으로는 평소와 다를 바 없어 뵈는 것이다.
그 탓에 유난스런 날에 그는 도무지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는 장례식에 늘 웃는 낯으로 참석했다.
제 장례식에서도 다를 바는 없을 것이다.
일관된 병증은 단적으로 그의 생을 표방했으니, 묘비가 생긴다면 스마일 스티커를 붙여놓아도 좋겠다 싶어서 그는 나카하라에게 전화를 걸어 생각한 바를 늘어놓았다. 그리곤 덧붙였다.혹시 말이야, 피치 못할 사정이 생긴다면 말이지.
그러니까. 내가 죽기 전에 내 장례식이든 무덤이든 모자를 쓴 무도한 치들은 꼴도 보기 싫으니 출입을 엄금해달라는 유언을 남긴다면 말이야.
그렇다면 쿠니키다에게 스티커를 맡겨둬.
자네는 돈이 많으니 문구점에서 번들로 살 수 있는 질 낮은 스마일 스티커 한 뭉치 쯤, 서랍에 잘 넣고 모셔둘 수 있겠지.
그렇지?그는 제가 사교적으로 미쳐있음에 만족하며 전화를 끊었다. 나카하라라면 모자를 쓰고 장례식장의 앞에 서서 죽었는지 살았는지 확신하지도 못하면서 건성으로 다자이를 애도하는 시늉을 해주리라 믿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