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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文スト 2020. 5. 20. 16:06

    조용한 놈의 모습에 답잖다는 부연을 삼키며 나카하라는 잠자코 시간을 죽였다.
    다자이는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며 선택지들을 재어보고 있었는데, 나카하라는 그걸 기다려주던 참이다.


    이미 내심은 결론을 내린 그가 보기에 다자이의 숙고는 확실히 답잖은 감이 있었다. 어쩔 수 없던 수많은 상황들에 여상히 답을 건네는 것은 언제나, 산뜻하게 웃던 그의 몫이지 않던가.

    마침내 다자이가 상념을 깨고 말했다.

    - 츄야.
    - 어.
    - 내가 부탁하면 뭐든 들어줄 자신 없지?
    - 그걸 최우선으로 둬야 한다면, 아마.
    - 그럼 내가 나가야 해.
    - ….

    - 아니면 같이 죽어줄까?

    아. 그렇지만, 음, 역시 그것도, 따위로 구성되기 시작한 다자이의 궤변을 흘려보내다 나카하라는 견디지 못하고 그의 말허리를 붙든다.

    - 야.
    - 응.
    - 나가.

    가타부타 설명도 없이 그의 등을 떠미는 손길이 익숙치가 않아서 다자이는 표정을 허문다. 맨 손에 닿은 옷자락이 타올라 구멍이라도 뚫린 듯 등허리를 스치는 서늘한 감각에 기억을 되짚은 다자이는 그걸 불쾌함이라 단정지었다.

    - 왜? 영웅놀이라도 하고싶어?
    - 마음에 안든다고 애먼 사람한테 화풀이 하지 마라.
    - 나는 더 살기 싫어.

    - 그렇다고 그만 살 것도 아니잖냐. 이젠 직시해.

    직시하라고…. 그의 말을 혀로 굴려보던 다자이는 눈을 치켜뜨고 말한다.

    - 직시는 가장 고상한 형태의 자기파괴지. 내가 무엇을 왜 갈망하는 지 알 것 같지 않아?
    - 그럼 좀 고상해져보든가.

    귀를 후비며 건성으로 대답하는 나카하라의 모습에 드물게도 조금은 아연해진 다자이는 침묵으로 꽉 찬 공백을 견디기 힘들어한다. 나카하라의 알지 않냐며 묻는 듯한 시선을 비껴서 그는 말을 늘어놓는다.

    - 너는 살고싶어했잖아.
    - 그렇지.
    - 계속 살았잖아.
    - 어.
    - 앞으로도 쭉 살거라며.
    - 니가 해보든지.
    - 싫어.
    - *이제부터라도 정말 살아보든가.
    - 그것도 싫어. 자네는 정말 싫고.
    - 그래.

    다자이는 왜냐고 물을 수 없었다.

    묻지 않으면.
    나카하라가, '네가 더 나으니까' 라고 답할 수 없을테고.
    그는 생략된, '살아있는' 이라는 수식을,
    그 안에 숨겨진 너는 대체로 살아있을 거라는 말을,
    알아들을 필요가 없을테니까.


     

    ***

     

    빛 무리 사이로 튕겨진 다자이는 평생 저 탄탄한 맨손이 등을 떠미는 감각을 잊을 수 없을거란 직감에, 차라리 이대로 눈이 멀더라도 다시 뜬 눈에 세상이 담기지 않기를 바랐다.

     

    - 다자이씨?

    부르는 목소리에 못이겨 눈을 뜨고 나서는, 고민하게 되는 것이다.

    그에게 나카하라 츄야 그 인간에게 다해야 할 도리나 예의 따위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
    그런 게 어디에, 왜 있다는 말인가.

    부조리를 직시하면 해야하는 것을 모르는 척 하기에 그는 알고있는 게 너무 많았다.

    그게 가장 큰 슬픔이었다.

     

    ….


    일이 마무리되고 (그러니까 나카하라를 두고 돌아온 뒤에) 그는 나흘정도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 중 그가 낭비할 수 있는 건 전부, 가리지 않고 낭비했다.
    나카하라가 모종의 일로 죽거나 사라지면 재산 대부분을 그의 앞으로 넘기기로 했다는 걸 알고 나서 시작된 낭비였다. 그러나 그는 나카하라의 재산을 오로지 밀린 기숙사비를 내는 데에만 사용했고 그것만은 낭비라고 하기에 어려움이 있었다. 어찌되었든 죽은 사람이 알 바는 아녔으나.

    아주 나중에야 당사자가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는 탐정사에 휴가를 신청하기 전에 발빠르게 남은 재산들, 그러니까 대부분의 유산을 나카지마의 명의로 돌려놓았다.

     

     

    ...
    ... 어디 적당히 떠돌면서 낙가하라추야의 가능성을 전부 엿보는 다자이도 재밌을 거라고 생각함. 태반은 죽어서 끝나는 걔의 가능성들을 하나하나 더듬어보는 다자이... (나카하라를 끝낼 수 있는 게 죽음 말고 뭐가 있겠냐구요 걔는 그 외의 것에 함부로 끝장나고 그러는 애가 아님(이일단여기서는))
    뭐... 그리고 정말 직시하며, 살아본 건 누군지 짚고 넘어가는 것도 재밌고... 나카가 굳이 유산을 太앞으로 넘겼다는 거 말예요... 정말로 끝을 정한 건 누구였을지... 막 그런 생각도 해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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